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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초음속기차」3

「초음속기차(下)」, 유명상 초음속기차(下) 유명상 5 “당신이군요.” 얼음이 녹았다. 진은 여전히 새까만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발소리를 들었어요.” “……” “굽이 있는 워커. 한 쪽 끈이 풀린.” 채형은 발을 내려다보고는 끈을 묶기 시작했다. 거미 같은 손가락이 검은 줄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진은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검은 반팔 밖으로 뻗은 굵고 앙상한 뼈가 한 번, 안으로 굽어져 있었다. 말 그대로 ‘뼈’라고 칭하는 것이 어울리는 몸이었다. 그 뼈는 인간의 온도 아래에 있는 것 같았다. 시리도록 차가워 보이지만 설산과는 전혀 다른 차가움을 가져서, 얼어붙은 빙판을 차라리 닮아있었다. “그래서?” 젊은이는 곧 다시 진을 올려다보았다. 노인들이야말로 사실은 뼈에 가까운 인물들이었다. 그들 중 대개는 이족보행을 할 .. 2020. 6. 1.
「초음속기차(中)」, 유명상 초음속기차(中) 유명상 2 들어봐. 이건 탈출에 대한 이야기야. 개 한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어. 개는 고양이들을 괴롭혔고 고양이들은 서로를 꽤 아꼈지. 특히 검은고양이가 노란고양이를 아주 아꼈어. 노란고양이는 작고 연약해서 별 쓸모없었지만 쓸모를 따지며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고양이들은 서로 의지해서 개의 습격에서도 매번 살아남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노란고양이가 혼자 남았을 때였어. 검은고양이가 노란고양이에게 줄 먹이를 구해오려고 둥지를 떠나기만 하면 개는 혼자 남은 노란고양이에게 와서 털을 잡아 뜯고 귀를 물어 피가 나게 만들었어. 둥지를 여기 저기 옮겨 봐도 귀신같이 고양이들을 찾아냈지. 고양이들은 더 이상 떠날 수 없었어. 달리 갈 데가 없었거든. 어느 마을을 가도 개는 있으니까... 2020. 5. 25.
「초음속기차(上)」, 유명상 초음속기차(上) 유명상 1 들어봐. 어떤 TV쇼에서 본 이야기야. 남자가 있어. 여자가 있고. 둘은 젊은 연인이야. 남자는 밴드를 해. 자기가 만든 밴드. 남자의 밴드는 얼마 전에 대형 레이블과 계약 했고, 전국 투어를 곧 시작해. 그들은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 서 있지. 남자와 여자는 한번 헤어졌다가 재결합했는데, 헤어진 기간 동안 여자는 밴드의 다른 멤버와 잠깐 사귀었어. 밴드가 투어를 떠나기 전에 여자가 남자에게 와서, 임신 사실을 고백해. 남자는 기뻐해. 그리고 결혼하자고 하지. 여자를 정말 사랑하거든. 하지만 그 애는 그 남자의 애가 아니라 둘이 헤어졌을 때 사귀었던, 밴드의 다른 멤버의 애야. 여자는 그 사실을 알리고 남자를 떠나려고 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붙잡아. 상관없다. 너를 사랑하니까 내 .. 2020.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