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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스프링모텔」2

「스프링 모텔(下)」, 김순요 스프링 모텔(下) 김순요 204호실 남자가 바람막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로비에 들어섰다. 기훈은 프런트실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자고 있었다. 그의 오른편에 인스턴트커피 찌꺼기가 묻어있는 종이컵들이 넘어져있었고 누리끼리한 휴지뭉치가 종이컵 바깥쪽으로 삐져나왔다. 휴지뭉치 두어 개는 기훈의 발 근처에 널브러진 채 바닥을 뒹굴었다. 204호실 남자가 커튼이 처진 프런트 창문을 두드리는가 싶더니 이내 멈추고 걸음을 돌렸다. 그는 모텔 후문으로 나갔다. 그리고 모텔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던 경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가 후진하면서 옆에 있던 소형 화물차를 스치자, 그는 잠시 차를 멈춰 세웠다가 다시 후진을 했다. 그는 그대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30분 후에 202호실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천장에 붙.. 2020. 5. 11.
「스프링 모텔(上)」, 김순요 스프링 모텔(上) 김순요 대로변을 따라 늘어선 모텔들은 대부분 5층을 넘지 않았다. 동네로 들어가는 길목마다 재개발 현수막이 대문짝만 하게 걸려 있던 시기에 ‘장미여관’은 ‘스프링 모텔’로 바뀌었다. 모텔 여주인의 머리카락 사이로 흰 머리가 드물었을 때 일이다. 그녀는 이름을 바꾸면서 로비 복도 끄트머리에 9인승 엘리베이터 하나를 설치했다. 로비는 더 좁아졌고, 그래서 스프링 모텔 1층에는 객실이 없었다. ‘MOTEL’네온사인은 한동안 스프링 모텔 꼭대기에서 종일 붉게 빛났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M'자에 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살집이 두툼해지고 머리가 센 여주인은 그것을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재개발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 지 10년이 다 되어갔으나 현수막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 2020. 5. 4.